[김범규 전문가 칼럼] ‘맛있는 쓰레기’ 세상…먹는 것 보다 ‘버리는 책임’ 더 중요
상태바
[김범규 전문가 칼럼] ‘맛있는 쓰레기’ 세상…먹는 것 보다 ‘버리는 책임’ 더 중요
  • 김범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3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와! 맛있겠다”, “오~ 새로운데”
김범규 칼럼니스트
김범규 칼럼니스트

집이나 회사 근처 편의점만 가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출고되는 다양한 상품군과 반짝반짝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제품들에 이런 혼잣말들을 중얼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의 유혹에 빠져 우리가 자칫 간과하고 넘어가는 문제가 있다. 과연 이 수많은 제품들이 모두 소비자들의 손 안에 들어갈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언제나 삐딱선을 타기 마련이다. 우리가 보고 맛봐왔던 모든 식품들이 언젠가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대부분의 식품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진하는 신세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폐기되는 음식물의 양은 13억톤에 달한다. 연 식량 생산량이 40억톤임을 감안하면 약 1/3은 쓰레기통으로 향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점은 대다수의 음식물 쓰레기는 먹은 후 '남은 음식물'이 아닌 '먹기 전'에 발생된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은 1만4477톤. 이 중 음식물 쓰레기의 65%가 섭취 전 완제품 상태에서 폐기 처리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음식들이 섭취되기 전 생산,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연간 약 2조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이만한 자원 낭비도 없다.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판매가 부진한 상품들이 폐기 된다. 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 혹은 패키지가 중요한 상품의 경우 모양이나 색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과정에서 환경오염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만약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20%만 줄여도 연간 1600억원의 처리 비용이 줄고 에너지 절약 등으로 약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 이를 통해 연 18억kwh의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39만 가구가 겨울을 날 수 있는 연탄 1억8600만장을 보급할 수 있는 가치와 맞바꿀 수 있다.

즉,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매장이나 점포, 급식소, 식당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들을 빨리 소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에는 대형마켓이라 할지라도 오후 3시 정도만 되면 점원이 돌아다니며 제품 하나하나 살펴보며 새로운 가격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그리고 이 스티커는 오후 5시, 7시를 기점으로 다시 새로 다운된 가격으로 책정돼 또 다른 스티커로 붙여져 있다. 바로 매 시간마다 할인율을 정해 제품의 가격을 다운시켜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특가제품 이외에 할인된 가격표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신선제품들을 쉽게 보지 못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소비자들이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미리 치워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제품을 보는 것 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밤 늦게 편의점에 들어서면 운이 좋을 경우에만 삼각김밥 종류 등에서 할인 스티커를 찾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점포에서는 유통기한 일자까지 기다렸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창고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다수의 점포에서는 유통기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김밥이나 도시락을 구매할 거라 기대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유통기한이 고작 반나절 밖에 남지 않은 제품인데 정상제품과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리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왜 줄여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토록 제도적 뒷받침이 허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일부에선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라스트오더'를 들 수 있다. 식당이나 매장에서 소비되지 못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앱이다.

일례로 국내 유명 한 편의점에서는 멀쩡한 상품이 폐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선식품, 과자, 음료, 즉석식품 등 약 10개 카테고리 3000여개 식음료를 대상으로 최대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올 여름부터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면 점포 근무자가 해당 상품을 별도 포장해 둔다. 이후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점포를 찾아가 물건을 가져오는 방식이다. 일부 식당도 이 라스트오더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다면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라스트오더의 경우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단체와 기업, 소비자가 문제를 인지하고 협업해 이와 같은 시스템이 보다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남은 음식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봉사정신에 입각한 기업만이 착한 기업은 아니다. 그리고 기업에게 이러한 의무를 지게 하고 추켜 세워주는 것만이 좋은 소비자는 아니다.

모든 사람의 책임이고 그 책무는 누구나 나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누는 행위에는 취약계층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환경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고 우리는 누구나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매장 마감 1시간 전에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유통기한이 되기 전부터 할인율을 책정해 빨리 소진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야말로 우리 삶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후 공공정책으로서 취약계층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기업, 제조업체, 유통업체, 소비자들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더 이상 자원의 낭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제도가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