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규 전문가 칼럼] 당신의 텀블러 사용은 정말 '친환경'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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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규 전문가 칼럼] 당신의 텀블러 사용은 정말 '친환경'입니까?
  • 김범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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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규 칼럼니스트
김범규 칼럼니스트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가 쓰레기더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가방 안에 텀블러 하나씩은 넣고 다니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 심지어 집 안에서도 텀블러를 구비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날씨로 진입하고 나서는 보냉기능과 휴대성을 갖춘 텀블러들이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많은 사람들의 패션아이템으로도 등극하며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일회용 컵을 다수 사용하는 것보다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텀블러의 무분별한 구입과 사용이다.

주변을 봐도 하나의 텀블러만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무실에 비치해 놓고 사용하는 텀블러, 주방에 비치된 각양각색의 색상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미니 텀블러들,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 등 아마 한 사람당 적어도 5~6개의 텀블러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을 거라 추측된다.

게다가 커피숍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할인 혜택을 주고 있어 텀블러 사용은 마치 환경을 아끼고 직접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뿌듯함까지 안겨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텀블러는 부담 없이 친구나 동료들에게 특별한 날 선물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기도 해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꽤 많다.

사실 텀블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주기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의 텀블러를 오랜 시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여러 개의 텀블러를 돌려 사용하거나 구매할 경우 오히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을 파괴하는 역효과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텀블러 사용으로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하나의 텀블러를 적어도 매일 1번씩 한 달 동안은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를 꾸준히 오랜 시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텀블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종이컵의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13배 높기 때문이다.

친환경의 대표주자인 텀블러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소재에 있다. 스테인리스, 실리콘, 고무,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만들어지는 텀블러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컵보다 당연히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밖에 없다. 자연히 텀블러를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이런 결과로만 놓고 보면 텀블러가 마치 친환경에 반하는 물건 같다. 하지만 텀블러를 적어도 한 달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 커피 한잔씩 마신다고 가정해 볼 때 종이컵은 한 달, 플라스틱 컵은 2주 만에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6개월 후에는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플라스틱 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텀블러의 11.9배, 1년 후에는 21배가 된다.

즉,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은 사용할 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 수 밖에 없는 구조고 텀블러는 꾸준히 사용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종이컵이나 플라스틱보다 줄일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텀블러를 구매하면 한 가지의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해야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하나의 텀블러를 몇 십 번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텀블러가 하나의 패션용품처럼 되어 버린 탓도 있다.

커피숍 브랜드마다 매달 출시되는 신제품에 한정판 제품까지 쏟아지며 사람들의 구매욕을 끌어 모으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데는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단순히 패션아이템 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커피숍에 갈 때 마다 텀블러를 사 모으는 것이 취미라면 그냥 종이컵을 쓰는 것이 어쩌면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말 지구를 생각하고 환경을 위한다면 하나의 텀블러를 정해놓고 애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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